분배의 불평등이 가져오는 가장 심각한 문제는 사회의 일각에 의식주마저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는 빈곤한 사람들이 많이 만들어진다는 사실입니다. 빈 곳은 언제 어디서든 존재하는 보편적인 현상이지만 소득이 불평등하게 분배될 때 그 심각성이 특히 커지게 된다. 이 절에서는 빈곤이란 현상의 여러 측면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빈곤의 정의
빈곤이란 인간다운 생활을 하기에 충분한 소득을 얻지 못하는 상황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정확하게 빈곤이 무엇인지에 대해, 즉 어떤 생활이 빈곤한 사람의 생활인지에 대해서는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수 있습니다. 더군다나 빈곤에 대한 인식은 사회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어 문제가 더욱 어려워지는 것인데요. 예를 들어 미국에서 아주 가난한 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이라도 소말리아의 기준으로 보면 상당히 넉넉한 사람으로 평가될 수 있을지 모릅니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의 소득을 얻는 사람을 빈곤한 사람으로 볼 수 있을까요? 최저한의 생활을 하기 위해 필요한 소득을 계산한 다음, 소득이 이보다 더 낮은 사람을 빈곤한 사람으로 규정하는 것이 일반적인 관행입니다. 이렇게 빈곤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구분하는 기준이 되는 소득수준을 빈곤선이라고 부릅니다.
빈곤선 : 빈곤선은 어떤 사람의 소득이 그보다 더 낮을 때 그를 빈곤하다고 규정하는 기준이 되는 소득수준을 의미합니다.
어떤 한 사회에서 빈곤선이 구체적으로 어느 수준인지를 알아내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입니다. 객관적인 방법으로 최저생계비를 산출하는 일이 매우 어렵기 때문인데 현실에서는 다음과 같은 여러 가지 방식으로 최저생계비를 구하고 있습니다.
하나. 라운트리방식
라운트리는 1899년 영국 York 지역의 주민을 대상으로 최저한의 생활을 하기에 필요한 소득의 수준이 얼마인지를 조사했는데요. 그의 계산 결과에 따르면, 한 주일당 음식물을 위한 지출 12실링 9펜스, 옷을 위한 지출 2실링 3펜스, 연료비 1실링 10펜스, 그리고 잡다한 지출 10펜스에다 따로 계산된 주택임대료를 합친 금액이 최저한의 생활을 위한 지출이었다고 합니다. 오늘날에도 이와 같은 방식으로 최저생계비를 구하는 사례가 많은데 그의 이름을 따 라운트리방식이라고 부릅니다.
이 방식은 생존에 필요한 최소한의 소비가 무엇인지 그 절대적 수준을 알아내는 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그러나 생존에 요구되는 최소한의 소비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분명치 않은데요. 우선 생존을 위해서 무엇을 얼마만큼 먹어야 하며 옷은 얼마나 필요한지 등의 문제가 생각만큼 간단하지 않습니다.
더군다나 사회적인 측면까지 포함시켜 최소한의 소비를 생각할 경우에는 문제가 더욱 어려워지게 됩니다. 신문도 보고 친척들의 경조사에도 찾아가야지만 사회적 생존이 가능한 것이라면 이와 같은 일에 필요한 지출도 최저생계비에 포함되어야 하는 것이 마땅할 것입니다. 그렇지만 사회적 생존을 위해 무엇을 얼마만큼 지출해야 하는지를 알아내는 것은 생물적 생존의 경우보다 훨씬 더 어렵습니다.
둘. 라이덴 방식
빈곤선을 사람들에게 설문조사를 한 결과를 통해 결정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당신의 처지에서 최소한 얼마의 소득이 있어야 생활이 가능합니까?라는 질문을 던지에 이에 대한 사람들의 응답을 통계적으로 처리해 최저생계비를 산출할 수 있는 것인데요. 이를 라이덴 방식이라고 부릅니다. 사람들의 주관적인 평가에 의존해 빈곤선을 산출한다는 점에서 앞서 설명한 라운트리방식의 객관적 평가 방법과 대조를 이룹니다.
셋. 평균 소득이나 중위소득의 일정 비율로서의 빈곤선
라운트리방식과 라이덴 방식은 절대적인 관점에서 빈곤선을 산출한다는 성격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즉 최소한의 생존에 필요한 자원의 절대적 필요량이 얼마인지를 직접 계산해 내거나 아니면 설문조사에 의해 알아내고 있는데요. 이와 대조적으로 상대적인 관점에서 빈곤선을 찾아낼 수도 있습니다. 즉 평균 소득이나 중위소득의 일정한 비율, 예를 들어 50% 수준을 빈곤선으로 잡을 수 있는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몇 % 선에서 빈곤선을 설정해야 하느냐에 대한 객관적 기준은 없습니다.
이와 같은 빈곤선의 결정 방식은 빈곤에 상대적인 성격이 있음을 반영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습니다. 기본적인 의식주에는 문제가 없다고 하더라도 주위 사람들이 모두 잘 사는데 혼자만 어렵게 산다면 그는 분명히 빈곤한 사람입니다. 이것은 빈곤의 개념에 상대적인 성격이 분명히 내포되어 있음을 의미합니다. 그렇다면 어떤 사람의 소득이 최소한의 평균적 소득 수준의 어느 비율 정도는 되어야 빈곤을 면할 수 있다고 생각할 여지가 있는 것이죠. 평균 소득이나 중위소득의 일정한 비율을 빈곤선으로 설정하는 방식은 바로 이와 같은 생각에 기초하고 있습니다.
빈곤도의 측정
어떤 사회에 존재하는 빈곤의 정도가 얼마나 되는지 객관적으로 측정해 볼 필요가 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가장 먼저 생각할 수 있는 것은 그 사회에 존재하는 빈곤한 사람의 수를 전체 인구로 나눈 비율에 의해 그 사회에 존재하는 빈곤의 정도를 짐작하는 방법입니다. 즉 빈곤한 사람의 비율이 클수록 빈곤의 정도가 더 큰 것으로 판단하는 방법입니다. 그런데 이 방법은 얼마나 더 가난하고 덜 가난하고에 상관없이 빈곤한 사람을 모두 똑같이 취급한다는 단점을 갖고 있습니다.
빈곤한 사람들의 실제 소득이 빈곤선보다 얼마나 더 적은지 계산해 이를 모두 더한 것을 빈곤 격차라고 부르는데 이를 통해 빈곤의 정도를 측정할 수도 이습니다. 그러나 지금 설명한 이 두 방식은 너무 단순해 빈곤의 복합적인 성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한계를 갖고 있습니다. 이들보다는 좀 더 체계적인 방법으로 빈곤의 정도를 측정하기 위하여 제시된 지표가 바로 빈곤 지수인데 그중 대표적인 것이 센지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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