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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

불평등도의 측정 : 로렌츠 곡선과 지니계수

by 월드89 2022. 7. 4.

어떤 사회의 분배 상태가 얼마나 불평등한지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있을까요? 구체적인 측정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일단 이를 확인하기 전에 평등에 대한 의미를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습니다.

평등성의 의미

앞서 설명했듯이 우리가 궁극적으로 관심을 갖는 것은 과연 소득이 공평하게 분배되고 있는지, 되었는지에 대한 여부입니다. 그러나 공평성은 여러 가지 측면을 모두 감안해서 정의해야 하는 매우 복합적인 개념이기 때문에 한 마디로 정의를 내리기란 굉장히 어렵습니다. 공평성이라는 말을 평등성으로 바꾸어 표현하면 조금은 더 객관적으로 정의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평등성 역시 모든 사람의 소득이 균등하게 분배되었다는 것 이상의 의미를 함축하고 있기 때문에 아직도 문제가 완벽하게 해결된 것은 아닙니다.
불평등도 지수는 어떤 분배의 상태가 공평하다든가 혹은 평등하다든가에 대해 말해 주는 바가 별로 없습니다. 불평등도 지수가 암묵적으로 가장 이상적인 분배 상태라고 상정하는 것은 모든 사람들이 균등한 몫을 차지하는 상태를 말합니다. 다시 말해서 이 균등성이 바로 평등성을 의미한다는 전제하에서 현실의 분배 상태를 측정하고 있는 것입니다.
불평등도 지수는 균등한 분배를 출발점으로 하여 현실을 분배 상태가 이에서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를 재게 됩니다. 결국 공평성이나 평등성을 구성하는 여러 차원 중 하나인 균등성에만 관심의 초점을 맞추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 점을 감안한다면 불평등도 지수라는 말보다는 어쩌면 불균 등도 지수라는 말이 더 적합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찌 되었든 불평등도 지수에는 이와 같은 명백한 한계가 있다는 점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불평등도 지수를 다시 한번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이 정의할 수 있습니다.
불평등도 지수 : 불평등도 지수는 현실의 분배 상태가 균등한 분배 상태에서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를 객관적인 수치로 나타내 주는 지표.
소득이나 재산이 사회 구성원 각자에게 똑같은 몫으로 나누어진 상태가 정말 가장 바람직한 상태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일까요? 불평등도 지수의 개념으로 본다면 이 물음에는 그렇다고 답할 수 있습니다. 균등하게 분배된 상태가 바람직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그렇다고 해서 가장 바람직한 것이라고 답하기에도 여러운 것이 사실입니다. 가장 바람직한 분배의 상태는 사실 균등하지 않은 것일 가능성이 매우 크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은 몹시 게으르고 나태해 일을 구할 생각조차 없고 일을 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거축이라는 것도 모르고 산다고 가정해 봅시다. 또 다른 사람은 세상 부지런하고 근면 성실의 대명사로 조금만 여유가 생겨도 저축하는 습관을 갖고 있습니다. 이 두 사람이 똑같은 소득을 얻는다는 이것은 무언가 잘못된 것입니다. 이를 두고 공평한 분배가 이루어졌다고 할 사람은 아마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물론 소득 격차가 너무 심한 것은 어떤 이유에서든 바람직하다고 말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아무리 능력이 없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기본적인 의식주마저 어려울 정도로 쪼들리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본다면 분배가 어느 정도는 균등해질 필요가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완전히 균등한 분배의 상태에 도달해야 하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로렌츠 곡선

어떤 사회의 분배 상태를 나타내는 수단으로 가장 흔하게 사용되는 것은 바로 로렌츠 곡선입니다. 로렌츠 곡선은 가장 가난한 몇 퍼센트의 사람들이 전체 소득 중 몇 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점들을 이어 만든 곡선입니다.
소득이 평등하게 분배되어 있을수록 로렌츠 곡선은 대각선에 더욱 가까이 위치하게 됩니다. 우리는 이 사실을 이용해서 서로 다른 두 사회의 분배 상태를 비교해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A라는 국가의 분배 상태를 대표하는 로렌츠 곡선이 B라는 국가 의의 분배 상태를 대표하는 로렌츠 곡선보다 상대적으로 더 대각선에 가깝게 위치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하면 이것을 보고 B 국가보다 A 국가에서 소득이 상대적으로 더욱 평등하게 분배되었다는 평가를 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와 같이 두 로렌츠 곡선의 위치를 비교해 분배 상태를 평가하는 것은 두 곡선이 서로 교차하지 않을 때에 한해 허용된다는 점에 유의해야 합니다. 만약 두 곡선이 서로 교차하는 것으로 드러나면 아무런 판단도 내릴 수 없게 되는데요. 현실에서는 로렌츠 곡선이 서로 교차하기 때문에 분배 상태를 비교할 수 없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는 합니다. 이런 경우 분배 상태를 비교하려면 로렌츠 곡선 이외의 방법을 사용해야 하는데 그 방법이 바로 지니계수입니다.

지니계수

지니계수는 소득분배가 불평등한 정도를 나타내는 지수 중 하나로 대각선과 로렌츠 곡선 사이의 초승달 모양의 넓이를 대각선 아래 삼각형의 넓이로 나눈 것과 그 값이 같음을 나타냅니다. 다시 말해서 대각선과 로렌츠 곡선 사이에 만들어진 초승달 모양의 넓이를 대각선 아래 삼각형의 넓이로 나눈 비율이 바로 지니계수의 값이 되는 것입니다.
분배의 상태를 평가하는 지표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것이 바로 지니계수인데요. 하지만 지니계수는 현실에 존재하는 불평등의 정도를 재는 지표로서 명백한 한계를 갖고 있습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우리가 이상으로 추구하는 공평한 분배라는 것은 여러 가지 측면을 포괄하는 복잡한 개념입니다. 말하자면 누가, 어떤 방법으로, 얼마나 많은 소득을 얻고 있느냐를 모두 고려하야 되는 복합적인 개념인 것입니다. 그러나 지니계수는 소득이 얼마나 균등하게 분배되었느냐라는 하나의 차원에서만 평가하고 있을 뿐, 다른 차원의 문제는 완전히 무시하고 있는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지니계수에 의한 분배 상태의 평가는 우리가 피부로 느끼는 것과 상당히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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