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살구 시장과 관련된 유인의 문제
개살구 시장의 개살구를 아시나요? 개살구는 식용 살구와 달리 떫어서 먹지 못하는데요. 이를 잘 모르고 한입 베어 물면 크게 낭패를 보기 십상입니다. 개살구 시장은 쓸모없고 저급한 재화나 서비스가 거래되는 시장을 의미합니다. 개살구 시장의 또 다른 이름은 레몬시장입니다. 레몬시장은 소비자가 판매자보다 제품에 관한 정보가 적은 상태에서 속아서 살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무조건 저렴한 가격에 구매하려고 하고 이 때문에 품질이 낮은 제품만 유통되는 시장을 의미합니다. 영어에서 레몬이 불량품이라는 의미가 있다고 하는데요. 중고차 시장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멀쩡해 보이지만 실제로 뜯어보고 타보지 않으면 진짜 품질을 알 수 없는 재화가 거래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정보가 부족한 상황을 틈타 개살구를 만들어 파는 기업들이 생겨날 수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기업으로 하여금 좋은 품질의 상품을 만들 수 있도록 유인을 줄 수 있을까요? 결국 나쁜 품질의 상품을 만드는 기업에게 벌을 주고 좋은 질의 상품을 만드는 기업에게는 상을 주는 체제를 통해 유인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문제의 특성상 시장의 힘만으로 이를 해결하기는 힘들기 때문에 개개인의 특별한 노력이 필요하게 됩니다.
계약에 의한 해결책
소비자가 상품을 써보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얼마 이내의 기간에 한해서 현금으로 교환해 준다든가, 어떤 종류의 수리를 무상으로 해준다든가 하는 조건부 계약을 통해 역선택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홈쇼핑을 보고 있을 때면 무상 교환, 무상 A/S 이런 문구를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물건에 대한 자신감과 확신이 없다면 절대 불가능할 문구일 텐데요. 소비자들은 이런 조건을 믿고 구매하게 됩니다.
겉만 그럴듯한 상품을 만들어 팔 경우 곧 이와 같은 현금 교환이나 무상 수리를 요구받을 것이기 때문에 감히 그런 상품을 만들어 팔 생각을 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일어날 수 있는 모든 경우를 생각해 내기도 힘들 뿐만 아니라 설가 그것이 가능하다 해도 이를 모두 감안한 계약을 맺기란 무척 힘든 것이 사실일 것입니다. 또한 아무리 합리적인 계약을 체결했다 하더라도 그 안에 어느 정도의 모호함이라는 것이 존재하기 때문에 한쪽이 이를 악용할 수도 있고 이 때문에 분쟁이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이처럼 계약은 불완전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유인의 문제를 계약에 의해 해결하는 것은 이상적인 해결책이라고는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더군다나 계약의 이행과 관련해 상당한 비용이 요구된다는 사실은 계약에 의해 유인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요소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계약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해당 계약서에는 문제가 없는지, 기업이 손해를 보지는 않는지 등의 법률적 자문을 얻기 위해서 적지 않은 비용이 소요되는데요. 이와 같은 이유 때문에 계약의 활용을 통해 유인 문제를 부분적으로 해결할 수는 있어도 완전하게 해결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평판에 의한 해결책
질이 나쁜 제품을 만드는 기업은 일시적으로는 이득을 볼지는 몰라도 나쁜 평판이 돌기 시작하면 궁극적으로는 손해를 보기 마련입니다. 평판이 유인 문제의 해결책으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이유는 좋은 평판을 누림으로써 평판 지대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인데요. 여기서 평판 지대란 좋은 평판으로 인해 추가로 얻을 수 있는 소득을 의미합니다. 바로 이 평판 지대의 존재가 기업으로 하여금 스스로 좋은 질의 상품을 만들어 팔게 만드는 유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것입니다.
비싼 값에도 불구하고 굳이 좋은 상표만을 찾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특히 어떤 기업이 만들었느냐에 따라 품질의 차이가 큰 상품일수록 겉보기만으로는 품질을 정확히 알기가 힘든 상품일수록 그런 경향이 더 강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비싼 가전제품을 살 때 이런 모습이 두드러지는 것 같은데요. 더운 여름을 위한 필수품 에어컨을 구매할 때 많은 사람들이 브랜드를 중시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대기업에서 만들었다고 하면 품질이 더 좋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기 때문인데요. 중소기업의 제품보다 대기업의 제품을 더욱 믿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실제로 대기업의 평판은 중소기업보다 좋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제품과 서비스를 이용할 때 대기업을 선호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좋은 평판을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일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상품의 질을 떨어뜨려 비용을 절감할 수는 있게지만 평판 지대를 잃게 됨으로써 더 큰 손실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기업은 좋은 평판을 유지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좋은 질의 상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좋은 평판을 유지하기 위해서 R&D에 더 많은 돈을 투자하는 것입니다. 많은 기업들이 많은 돈을 들여 기술을 개발하는 데는 다 이런 이유가 있는 게 아닐까요? 좋은 평판이야 말고 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이 되니까요.
앞서 여러 번 언급한 적이 있지만 완전경쟁시장에서는 가격이 한계비용과 같이지는 결과가 나타납니다. 그런데 정보의 불완전성과 관련된 평판 지대가 존재하는 시장에서는 경쟁의 압력이 심하다고 해도 가격이 한계비용보다 더 높은 수준에 머물러 있을 수 있습니다. 기업이 가격을 낮추려 해도 이것이 불리한 신호로 작용하게 될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에 가격 낮추기를 꺼리는 현상이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기업이 가격을 낮추면 소비자는 상품의 품질이 떨어졌기 때문에 그렇게 했을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습니다. 따라서 기업은 평판이 나빠지는 것을 두려워해 가격을 낮출 수 있어도 낮추려 하지 않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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